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접촉사고는 처음이라 — 택시한테 받히고도 그냥 보내준 이야기

by 다사다난 2026. 7. 4.

결론부터 말하면, 나는 받을 수 있는 사고를 그냥 보내줬다.

택시가 내 차를 박았다. 누가 봐도 택시 잘못이었다. 그런데 나는 보험도 안 걸고, 연락처도 안 받고 그냥 보냈다. "호구냐"고 할 수도 있는데 — 그날 상황을 차근차근 적어보면, 왜 그랬는지 좀 이해가 될 거다.

※ 제 개인 경험이며, 사고 처리는 상황마다 다릅니다. 판단은 본인 몫입니다.

택시가 무리하게 차선이동..

좌회전 한 번에 차 네 대가 엉켰다

사고는 좌회전 직후에 났다. 좌회전 차선이 두 개였고, 거기서 꺾어 들어가는 도로는 5차선이었다. 좌회전하고 나면 다들 가려는 방향대로 오른쪽, 왼쪽으로 차로를 정리하느라 잠깐 정신없어지는 그 구간.

나는 2차선에서 좌회전해서, 오른쪽으로 옮겨 4차선까지 들어와 있었다. 5차선으로 더 갈까 말까 보던 중이었지만, 어쨌든 내 차선(4차선)에서 벗어나진 않은 상태였다. 내 뒤차도 나처럼 4차선까지 따라 들어왔고, 오른쪽 5차선에선 또 4차선으로 들어오려는 차가 있었다. 좌회전 직후 다들 자리를 잡느라 차들이 서로 비집고 들어오는, 딱 그런 그림이었다.

그 와중에 뒤에서 클락션이 울렸다.

클락션 소리에 브레이크를 밟았는데

나는 그 클락션이 어디서, 누구한테 울린 건지 몰랐다. 다만 오른쪽 5차선 차가 내 쪽(4차선)으로 들어오려는 게 보여서, "나한테 울린 건가? 부딪히겠는데?" 싶어 반사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았다.

지금 와서 보면 그 클락션은 내 사고랑 직접 상관도 없었다. 그냥 차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누군가 울린 거였고, 나는 그걸 내 상황으로 오해해서 속도를 줄인 것뿐이다. 문제는 따로 있었다.

진짜 사고는 엉뚱한 데서 왔다 — 1차선의 택시

내 차를 박은 건 5차선 차도, 뒤차도 아니었다. 저 멀리 1차선에 있던 택시였다.

이 택시가 좌회전하고 나서, 1차선에서 4차선까지 한 번에 들이밀고 들어왔다. 차선을 하나씩 옮긴 게 아니라, 세 개 차선을 가로질러 단번에 비집고 온 거다. 그러더니 4차선에 있던 나와 내 뒤차 사이, 그 좁은 틈으로 무리하게 끼어들었다. 뒤차랑 부딪힐 뻔하면서까지 비집고 들어오다가, 결국 내 차 측후방을 받았다. 나는 내 자리(4차선)에서 벗어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.

상황만 놓고 보면 명백했다. 멀쩡히 가던 나와 뒤차 사이를, 1차선에서 한 번에 넘어온 택시가 무리하게 비집다 박았으니까. 잘잘못을 따질 것도 없는 그림이었다.

그런데 차에서 내려 보니

내려서 부딪힌 부위를 봤다. 그런데 — 생각보다 멀쩡했다. 긁힌 자국이 있긴 한데, "이걸로 사고 접수하고 보험 부르고 할 정도인가?" 싶을 만큼 경미했다.

택시기사도 내려서 미안해했다. 그 순간 머릿속에서 계산이 돌았다. 여기서 내가 보험을 부르고, 수리비를 받고, 혹시 목이라도 뻐근하다며 병원을 가면 — 받을 수야 있다. 택시 잘못이 분명하니까. 그런데 딱 그 생각을 하는 순간, 내가 보험 사기를 치는 기분이 들었다. 이 정도 기스에 대인까지 거는 건, 솔직히 내 양심에 좀 그랬다.

그래서 그냥 보냈다

그래서 그냥 보냈다. 연락처도 안 받고, "괜찮습니다, 가세요" 하고 끝냈다.

받을 수 있었다. 따지면 충분히 받을 수 있는 사고였다. 그런데 받을 수 있다는 거랑, 받아야 한다는 건 다른 문제였다. 이 정도 흠집에 시간 들이고, 사람 붙잡고, 병원 들락거리는 그림이 — 나한텐 그 돈보다 더 피곤하게 느껴졌다. 그리고 무엇보다, 안 다친 몸으로 다친 척하는 게 싫었다.

그래서, 경미한 접촉사고 만난 분들에게

  • 상대 잘못이어도, 받을 수 있다는 거랑 받아야 한다는 건 다르다. 피해가 경미하면 그냥 보내는 것도 선택지다. 호구가 아니라 그냥 다른 계산일 뿐이다.
  • 단, 이건 "경미할 때" 얘기다. 차가 제대로 상했거나, 진짜 몸이 안 좋으면 당연히 정당하게 처리해야 한다. 안 다쳤는데 보내준 거지, 다친 걸 참으라는 게 아니다.
  • 그래도 사고 순간 사진 한 장은 찍어두자. 나는 그냥 보냈지만, 나중에 뒷목 잡고 연락 오는 경우도 있다더라. 보낼 때 보내더라도 기록은 남기는 게 안전하다.

처음 당해보는 접촉사고라 순간 머리가 하얬는데,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단순했다. 이 정도면 그냥 보내자. 택시 잘못이 맞고 받을 수도 있었지만, 안 다친 걸로 돈 받는 게 더 불편한 사람도 있는 거다. 나는 그런 쪽이었다.


위 내용은 제 개인적인 경험이며, 사고 처리 방법·과실 판단은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. 실제 사고 시에는 보험사·전문가와 상담하시길 권합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