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의자는 처음이라 — 광고에 휘둘려 허먼밀러 에어론을 질렀다

by 다사다난 2026. 6. 26.

솔직히 고백하자면, 나는 광고에 완전히 휘둘려서 이 의자를 샀다.

대학원을 졸업하고 집에서 취업 준비를 하던 때였다.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 있으니 허리가 너무 아팠다. 의자를 바꿔야겠다고 마음먹고 검색을 시작했는데 — 그때 재택하는 사람들, 유튜버들이 하나같이 허먼밀러를 외치고 있었다. "허리 아프면 무조건 이거"라고. 나는 그 말에 홀린 듯이 170만 원짜리 의자를 질러버렸다. 에어론

2년반이 지난 지금 너무 새거다

이었다.

170만 원짜리 의자. 지금 생각해도 적은 돈이 아니다. 그래서 몇 년을 써본 지금, 그 선택이 어땠는지 솔직하게 적어둔다.

※ 가격·옵션은 시점·채널마다 다릅니다. 아래는 제 구매 경험이고 동일 조건을 보장하지 않습니다.

170만 원짜리 의자, 호구 잡힌 거 아닐까

주문 버튼을 누르고 나서 한동안 마음이 불편했다. "의자에 이 돈을 쓰는 게 맞나?"

세상에 의자는 많다. 10만 원짜리도 있고 5만 원짜리도 있다. 그런데 나는 그 열 배도 넘는 돈을 주고 의자 하나를 산 거다. 광고에 휘둘린 충동구매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. 배송을 기다리는 내내 "괜히 샀나" 싶었다.

결론부터 말하면 — 그 걱정은 완전히 틀렸다.

몇 년을 앉아보고 내린 결론 — 후회가 없다

지금 이 글도 그 의자에 앉아서 쓰고 있다. 몇 년째 매일 앉는데,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.

가장 큰 이유는 단순하다. 허리가 안 밀린다. 하루 종일 앉아서 작업을 해도 그 전처럼 허리가 무너지는 느낌이 없다. 취준생 때 나를 괴롭히던 그 통증이, 의자를 바꾸고 나서 확실히 달라졌다.

지금 우리 집에서 가장 중요한 물건을 꼽으라면 나는 이 의자를 넣는다. 침대만큼, 어쩌면 그 이상으로. 잠자는 시간 빼면 가장 오래 몸을 맡기는 가구니까.

회사 의자에 앉을 때마다 확신한다

내가 이 의자의 가치를 가장 절실히 느끼는 순간은 의외로 회사다.

회사에서는 평범한 사무용 의자를 쓴다. 국산 브랜드라 나쁜 의자는 아닌데, 앉을 때마다 불편하다. 오후가 되면 허리가 뻐근하고, 집에 있는 그 의자가 생각난다. 솔직히 "내 돈 또 내고서라도 회사에도 같은 걸 두고 싶다"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다.

물론 실행은 못 했다. 가격이 합리적이라고는 못 하니까. 회사에 사비로 170만 원짜리 의자를 들이는 건 좀 과하다 싶어서 그냥 참고 있다. 하지만 매일 그 불편한 의자에 앉을 때마다, 집에 있는 의자가 얼마나 제값을 하는지 거꾸로 확인하게 된다.

그래서 비싼 값을 하느냐 — 한다, 단 조건이 있다

"의자에 170만 원이 아깝지 않냐"고 누가 물으면, 나는 이제 안 아깝다고 답한다. 단, 여기엔 분명한 조건이 있다.

나는 집에서 일하고 공부하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다. 하루에 몇 시간씩, 몇 년을. 그 시간 동안 내 허리를 받쳐주는 물건이라면, 170만 원을 그 시간으로 나눠보면 결코 비싸지 않다.

반대로 집에서 의자에 앉을 일이 거의 없는 사람이라면 이 돈은 과소비가 맞다. 결국 "내가 이 의자에 얼마나 오래 앉느냐"가 가치를 정한다. 비싼 의자가 좋은 게 아니라, 오래 앉는 사람한테 좋은 거다.

한 가지 더 — 지금이라면 더 싸게 산다

이건 지금 사려는 사람한테 꼭 해주고 싶은 말이다. 나는 그때 170만 원을 주고 샀지만, 지금은 구매대행으로 훨씬 싸게 살 수 있다.

이 정보도 늘 그렇듯 디시 의자 갤러리에서 주웠다. (가전을 디시 갤러리에서 캐는 습관은 예전 로봇청소기 살 때 한 번 제대로 풀었는데, 의자도 똑같았다.) 거기선 어디가 지금 제일 싼지, 구매대행은 어디가 믿을 만한지가 실시간으로 돈다. 내가 확인했을 때 기준으로는 구매대행을 끼면 80만 원대까지도 가능했다. 내가 준 값의 절반이다. 같은 의자를. 좀 허탈했다.

물론 환율·대행처·시점에 따라 가격은 계속 바뀌니 "무조건 얼마"라고 단정하진 않겠다. 다만 정가 그대로 결제 버튼 누르기 전에, 갤러리 한 번 뒤져보라는 것. 의자도 결국 가전이랑 똑같은 정보 싸움이었다.

단 하나 후회 — 헤드레스트는 사지 말 걸

후회 없다고 했지만, 딱 하나 헛돈 쓴 게 있다. 헤드레스트(머리 받침)다.

사실 에어론은 원래 헤드레스트가 없는 의자다. 머리 받침 없이도 자세가 잡히게 설계됐다는 게 만든 쪽 설명이다. 그래서 시중에 파는 헤드레스트는 전부 허먼밀러가 만든 게 아니라 타사 호환품이다. (그러니 당연히 본사 A/S도 안 된다.)

나는 이걸 20만 원쯤 주고 따로 샀다. 솔직히 살 때도 "이거 굳이 필요한가?" 싶었다. 그 직감이 맞았다. 막상 달아보니 진짜 불편했고, 모양도 깔끔하지 않았다. 본체의 그 정제된 디자인에 어색하게 얹힌 느낌이랄까. 결국 지금은 떼어놓고 방치 중이다. 의자 본체는 인생템인데, 거기에 20만 원짜리 군더더기를 붙인 셈이다. 이건 명백한 과소비였다.

그래서, 비싼 의자 고민하는 분들에게

  • 광고에 휘둘려 사도, 물건이 진짜면 후회는 없다. 나는 휘둘려 샀지만 결과적으로 옳았다. 단 "물건이 진짜일 때"의 얘기다.
  • 가치는 의자 가격이 아니라 '내 엉덩이가 거기 붙어있는 시간'이 정한다. 집에서 오래 앉는 사람이면 사라. 아니면 과소비다.
  • 허리가 이미 아프다면, 의자는 사치가 아니라 투자에 가깝다. 나는 통증이 달라진 것만으로 본전을 뽑았다고 본다.
  • 사기 전에 정가 말고 구매대행을 알아봐라. 디시 의자 갤러리 같은 데를 뒤지면, 내가 확인했을 땐 구매대행으로 80만 원대까지도 가능했다. 가전이든 의자든 결국 정보 싸움이다.
  • 에어론 헤드레스트는 다시 생각해라. 원래 없는 부품이고 전부 타사 호환품이다. 나처럼 20만 원 헛쓰지 말고, 정말 필요한지 충분히 따져보길.

처음 사보는 비싼 의자라 "호구 잡히는 거 아닌가" 떨면서 질렀는데, 결국 몇 년 써보고 내린 답은 분명하다. 오래 앉는 사람에게 좋은 의자는 사치가 아니다. 다만 거기에 굳이 군더더기(헤드레스트)까지 붙일 필요는 없었다. 딱 그거 하나만 빼면, 후회 없는 소비였다.


가격·옵션·구성은 시점과 판매처에 따라 다를 수 있으며, 위 내용은 제 개인적인 구매 경험입니다. 구매 전 직접 확인하시길 권합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