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야구 1도 모르던 내가, 작년 저녁이 전부 야구가 된 이야기

다사다난 2026. 6. 17. 21:48

작년 한 해, 내 저녁 시간은 통째로 야구였다.

조금 과장 같지만 진짜다. 퇴근하고 집에 오면 일단 중계부터 틀었고, 주말이면 직관 갈 궁리를 했다. 1년 전만 해도 나는 야구를 1도 모르는 사람이었는데 말이다. 룰도 몰랐고, 어느 팀이 잘하는지도 몰랐고, 솔직히 "그걸 왜 돈 주고 보러 가지?" 쪽에 가까웠다.

그런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, 비슷하게 "야구 별로 관심 없는데…" 하는 분들 보라고 적어둔다.

시작은 순전히 친구 때문이었다

발단은 단순했다. 친구가 같이 가자고 졸랐다.

하필 그때가 온 나라가 야구에 미쳐 있던 시기였다. 나중에 알았는데, 2024년 KBO 프로야구는 사상 처음으로 한 시즌 관중 1,000만 명을 넘겼다. 정확히는 1,088만 명. 1982년 프로야구가 생긴 이래 42년 만의 첫 천만 관중이었다고 한다. 경기당 평균 1만 5천 명이 들어찼으니, 어딜 가나 야구 얘기가 나오는 게 당연했다.

나만 모르고 있었던 거다. 그래서 "그렇게 재밌나?" 하는 마음 반, 친구 성화 반으로 인천 문학구장(SSG 랜더스필드)에 따라나섰다. 큰 기대는 없었다.

첫 직관에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

직접 가보고 나서야 알았다. 야구장은 경기만 보는 곳이 아니었다.

TV로 볼 때랑은 완전히 달랐다. 일단 사람들이 다 같이 응원가를 부르고 율동을 하는데, 그 분위기에 휩쓸리다 보면 룰을 몰라도 그냥 신이 났다. 안타 하나에 옆자리 모르는 사람이랑 같이 소리 지르고, 우리 팀이 점수 내면 다 같이 일어나고. 경기 내용보다 그 '다 같이 한다'는 느낌이 먼저 좋았다.

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— 음식. 야구장 음식이 이렇게 맛있을 일인가 싶었다. 문학구장 하면 유명한 게 크림새우인데, 이걸 시켜 놓고 맥주 한 잔 곁들이면서 경기 보는 그 맛. 이게 직관의 절반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. 게다가 요즘은 커피 같은 건 자리까지 배달이 와서, 앉은 채로 다 해결된다. 손 하나 까딱 안 하고 경기만 보면 되는 거다.

경기가 어떻게 끝났는지보다, 집에 오는 길에 "다음에 또 가고 싶다"는 생각이 든 게 더 기억에 남는다.

어느새 '직관 동아리'가 생겼다

한 번 맛을 보니 멈출 수가 없었다. 친구들끼리 자연스럽게 직관 동아리 비슷한 게 만들어졌고, 한 달에 한 번씩 날을 잡아 구장에 갔다.

멤버마다 응원하는 팀이 달라서 그게 또 재미였다. 그중엔 SK 시절(지금의 SSG)부터 한 팀을 쭉 응원해 온 친구도 있었는데, 야구 좀 본 사람 특유의 "이 상황에선 이래야 한다"는 훈수가 은근 도움이 됐다. 나처럼 입문한 사람은 옆에 이런 '야구 통역사' 한 명만 있어도 진입장벽이 확 낮아진다. 결국 나도 그 친구 따라 자연스럽게 SSG 팬으로 정착했다.

한번은 비가 쏟아지는 날에도 끝까지 자리를 지킨 적이 있는데(그날 얘기는 따로 풀어야 할 정도라 여기선 줄인다), 비 맞으면서까지 응원하고 있는 나를 보고 "아, 제대로 빠졌구나" 싶었다.

결국 집까지 야구가 들어왔다

직관만으로는 성에 안 찼다. 경기 있는 날 집에서도 보고 싶어서, 결국 일을 냈다.

집에 이동형 스크린(스탠바이미)을 들이고, 중계 보려고 OTT(티빙)도 구독했다. (※ 가격이나 사양은 살 때 기준이라 지금이랑 다를 수 있으니 참고만.) 누워서도 보고, 설거지하면서도 틀어 놓고, 그렇게 저녁 루틴이 통째로 야구가 됐다.

돌아보면 1년 전엔 상상도 못 한 모습이다. 야구를 몰랐던 게 아니라, 그냥 재미를 알 기회가 없었던 것뿐이더라.

야구 입문, 망설이는 분들에게

거창한 결론은 없다. 다만 1년 전의 나처럼 "야구 잘 모르는데 가도 되나" 망설이는 분이 있다면 한마디 하고 싶다.

  • 룰 몰라도 된다. 가면 분위기가 알려준다. 모르면 옆 사람한테 물어보면 다들 신나서 알려준다.
  • 혼자 가기 부담되면 아는 사람 끌고 가라. 나도 친구 따라 시작했다. 한 명만 있어도 다르다.
  • 음식 기대해도 된다. 경기 안 풀려도 그건 맛있다.

작년 그 천만 명 중 한 명이 나였다는 게, 지금은 꽤 즐겁다. 올해도 SSG를 응원하며 또 한 시즌 저녁을 보낼 생각이다.

야구, 생각보다 별거 아니면서 생각보다 별거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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